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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당

모리 준이치, 세탁소


영화같은 소설. 문장보다도 영상이 많이 남는 소설.

언덕 위의 세탁소. 낡은 의자에 엉덩이를 깊숙히 집어 넣고 앉아 있는 테루. 도토리 모자를 쓰고 있는, 기억을 잘 못하는 남자 아이. 끊임없이 메모를 하는 아이. '사랑'이라는 단어도 메모를 해야 기억하는 남자.

왼쪽 손목에 상처가 있는, 그보다 더 크게 마음에도 상처가 있는 미즈에. 그녀가 걷는 길 위의 유채꽃. 버스 종점에 쭉 늘어서 있는 버스들. 그녀의 이층 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들리는 파도소리. 그녀가 사랑했던 우편배달부. 아내와 아이가 있는 남자.

테루와 미즈에, 그 둘이 함께 살게 된 숲속의 집. 하얀 비둘기. 비둘기를 한없이날게 만드는 기구인 빨간 깃발. 터덜거리는 트럭. 같은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있던 침대.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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