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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당

연애소설 읽는 노인-루이스 세풀베다


요즘 <열린책들>에서 펴낸 소설들에 흠뻑 빠져 있는 동생으로 인해 나도 그 재미를 함께 하고 있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독서를 편식하던 나에겐 아주 새로운 소설이었다.

제목만 보고서 나는 가벼운 그러면서도 감동적인 말랑말랑한 소설을 상상했었다. 그리고 아주 흔쾌한 마음으로 첫장을 넘겼다.

그게 아니었다. 물론 연애 소설을 아주 달콤하게 읽어나가는 노인이 나오지만, 그는 밀림속의 사람이었다.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엄청난 사건의 속도감에 밀려 단숨에 책을 읽어버린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한참동안이나 아쉬움에 허기를 느껴야 했다.

목적이 뚜렷한, 주제 의식이 강한 소설이지만 거부감없이 나를 질책하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가슴으로 느끼면서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다.

그 이후 <감상적 킬러의 고백>과 <악어>를 연달아 읽었다.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같은 <감상적 킬러의 고백>보다 <악어>가 더 재미있었다. <악어>에서는 원주민의 원망에 가득찬 서글픈 눈동자가 선명하게 느껴지고, 파충류들의 생생한 냄새가 난다. 며칠동안 끈끈하게 내몸에 붙어 있는 밀림의 흔적 때문에 색다른 느낌이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은 짧으며 또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금세 중독이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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